이거 봤어? 재밌는 거 있어서— 지난 27일 하루 만에 Salesforce 주가가 22.58%나 올랐다더라. 6년 만에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이라고 한다. ServiceNow, Figma, Asana 같은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 주가도 같이 올랐는데, 딱히 특별한 발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시장은 AI가 소프트웨어 좌석 수를 줄여 매출을 감소시킬 거라는 '사스포칼립스' 예측에 꽤 오랫동안 눌려 있었다. 그런데 Salesforce의 이번 실적 발표가 그 예측에 정면으로 반례를 낸 셈이다. 베니오프 CEO는 Agentforce 세일즈와 서비스, 슬랙 좌석이 전년 대비 늘었고 이탈률도 역대 최저에 가깝다고 했다. 심지어 Agentforce 연간 반복 매출은 전년 대비 240%나 늘었어.

AI는 좌석을 없애지 않고, 가치를 높인다

AI가 좌석 수를 줄인다는 예상과 달리, Salesforce는 AI를 통해 오히려 '좌석의 가치'를 높였다. 예를 들어, Salesforce는 앤트로픽과 함께 'Claudeforce'를 발표했는데, Salesforce 화면을 거치지 않고 Claude 안에서 고객 기록을 확인하고 수정하는 방식이다. 언뜻 보면 자기 화면을 내주는 것 같지만, 이 기능을 쓰려면 상위 등급 라이선스로 올라와야 한다. 베니오프는 "Claudeforce를 원하면 프리미엄 에디션으로 옮겨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 상위 등급 라이선스는 가격이 60~80% 높다. 즉, Salesforce는 화면이 아니라 '라이선스'를 팔았고, AI는 좌석 단가를 올리는 강력한 도구가 된 것이다.

좌석 옆에는 '계량기'도 하나 더 붙였다. AI 에이전트가 한 일은 사람 수로 셀 수 없으니, 고객이 크레딧을 미리 사두고 에이전트가 일할 때마다 깎아 쓰는 방식이다. 에이전트 작업량을 재는 단위인 'AWU'도 만들었는데, 이번 분기에만 32억 AWU가 쌓였고 전분기 대비 97% 늘었다. 에이전트 계약이 두 배로 늘었고, 절반이 크레딧을 다 쓰고 다시 채우러 온 고객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건 그냥 시험 삼아 써본 게 아니라, 실제로 AI 에이전트를 쓰고 있다는 얘기잖아.

ServiceNow, SAP,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회사들도 좌석 요금과 AI 작업량을 재는 크레딧을 같이 가져가는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AI가 좌석을 없애는 대신, 좌석 자체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사용량 기반의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시장이 이 가능성을 숫자로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AI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문화가 먼저다

그런데 AI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모든 팀이 Salesforce처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AI가 생산성을 올려준다"는 말은 요즘 워낙 많이 듣지만, 좋은 기업 문화가 먼저 뒷받침되어야 AI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얘기도 있더라.

어떤 팀은 10년 동안 이직률이 매우 낮고 서로 좋아하는 문화 덕분에, AI 없이도 매우 높은 생산성을 유지했다고 한다. AI가 "사람을 덜 쓰게 된다"는 인식을 주면, 직원들의 심리적 안전이 위협받고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부서 간에 서로 비난하고 책임만 떠넘기는 문화에서는 아무리 최신 AI 도구를 갖다 줘도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말이다. AI가 주는 막연한 위협감 때문에 내부 저항이 생기면, 도구 도입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결국 AI는 좋은 문화 위에서 더 강력한 생산성 해킹 도구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어려운 일'이 진짜 해자다

AI가 좌석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단순히 AI 도구를 '딸깍'하고 쓰는 일이 아니다. Salesforce가 AWU 크레딧 시스템을 만들고 세 번의 실패 끝에 현재의 구조를 찾아낸 것처럼, 이건 꽤 '어려운 일'이다. 초기에는 대화 한 건당 2달러를 받았다가 고객 불만으로 크레딧 방식으로 바꿨고, 결국에는 정액 요금제까지 추가하며 고객 목소리를 반영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한국 AI 기업들도 GLM 5.3 플래시 모델을 가장 싸게 Openrouter로, 가장 빠르게 Friendli ai로 활용하는 팁을 공유하며, 오픈 모델 서빙 같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영역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이런 '어려운 일'을 해내야 경쟁자보다 앞서갈 수 있는 해자(垓子)가 생긴다. 단순히 모델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더 빠르게, 더 저렴하게 서비스할지 고민하고 구현하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AI 시대, 우리는 "AI가 내 일자리를 뺏는가?" 또는 "AI가 얼마나 생산성을 높여주는가?" 같은 질문을 넘어, "AI가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가?", "내가 하는 일의 본질적인 가치를 AI와 함께 어떻게 재정의하고 높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조직은 어떤 문화를 만들어야 하고, 어떤 '어려운 일'에 도전해야 할지 말이다.

당신 팀은 AI 시대에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가?

참고

  • Good Culture Is the Biggest Productivity Hack, Not AI

* https://newsletter.eng-leadership.com/p/good-culture-is-the-biggest-productivity

  • GLM 5.3 최적 활용, 한국 AI '어려운 일'로 성장 (by 정구봉 (Goobong Jeong))

* https://www.linkedin.com/feed/update/urn:li:activity:7498964763931078656/

  • 사스포칼립스는 틀렸다: AI, 좌석 가치 및 수익 증대 (by 이경훈 (Kyunghun Lee))

* https://www.linkedin.com/feed/update/urn:li:activity:7499254436784103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