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봤어? 재밌는 거 있어서—"
최근 Mac용 Codex 앱을 사용해본 사용자들은 이전까지 AI 에이전트가 겪었던 치명적인 한계를 직접 경험했다. Anthropic의 Computer use나 Google Mariner, OpenAI Operator 같은 초기 에이전트들은 AI가 작업을 수행할 때 사용자의 커서를 점유해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마치 한 화면에 두 명이 하나의 마우스를 공유하는 듯한 상황이었는데, 에이전트가 일을 하는 동안 사람은 잠시 손을 놓고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컸다. "커피 마시고 오세요"가 현실적인 조언이었다는 말까지 나왔으니, 이는 도구라기보다는 '교대 근무'에 가까웠다.
하지만 Codex는 이 '커서 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에이전트가 Slack에서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에도 내 커서는 VS Code에 그대로 머무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능 개선이 아니라, AI가 인간의 작업 흐름에 끼치는 물리적 제약을 OS 수준에서 해결해버린 근본적인 변화다. OpenAI가 인수한 Sky Applications 팀의 10년간 기술 축적이 결실을 맺은 것인데, 서드파티 코드가 Mac 앱을 안전하게 제어하면서도 포그라운드를 방해하지 않는 기술이 AI 에이전트의 독립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했다. 이제 AI는 더 이상 내 옆자리에서 내 마우스를 함께 쓰는 동료가 아니다. 백그라운드에서 자기 일을 묵묵히 처리하는 전문 인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커서 분리가 가져온 API 없는 앱의 자동화 혁명
Codex의 커서 분리 기술이 가장 먼저 체감되는 지점은 바로 'API 없는 앱'의 자동화 영역이다. 카카오톡 데스크톱을 Codex가 직접 인식하고 클릭하며 타이핑하는 것을 보며, 오랜 숙제였던 레거시 시스템이나 API를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의 자동화 가능성이 활짝 열렸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기존에는 자동화 시스템 구축이 어렵거나 불가능했던 수많은 업무가 이제 AI 에이전트의 손길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구체적인 지시를 내릴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이는 기존의 매크로 시스템과는 차원이 다르다. 단순히 반복 작업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며 작업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단체방에 매일 아침 정해진 공지를 자동 전송하거나, Google Sheets의 데이터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변환하여 특정 채팅방에 발송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인베스팅닷컴 같은 특정 주제의 기사를 크롬으로 검색하고 요약본을 작성해 카카오톡으로 전달하는 등의 복합적인 작업도 AI 에이전트가 알아서 처리한다. 심지어 이미 로그인된 브라우저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로그인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더 나아가, Codex는 사용자가 한 번 수행한 작업을 자체적으로 회고하고 재현 가능한 'Skill' 문서로 자동 생성한다. 이 Skill에 스케줄을 등록하면 매일 또는 매주 정기 실행까지 가능하다. 이는 한 번 해본 작업의 설정 비용이 사실상 0에 수렴한다는 의미다. 이제 내가 직접 작업을 수행하는 대신, AI 에이전트에게 "이런 작업을 이렇게 진행했고, 다음에 이걸 자동화하려면 어떤 스킬이 필요할지 정리해줘"라고 지시하면 되는 세상이다. 이는 과거의 '봇'이나 '매크로'가 제공하지 못했던 유연성과 학습 능력을 갖춘 진정한 의미의 자동화 동반자를 얻었음을 의미한다.
오늘 당장 맥 사용자라면 Codex 앱을 설치하고, 반복적이면서도 API 연동이 어려웠던 업무가 무엇이었는지 목록을 작성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AI 에이전트에게 어떤 맥락과 구체적인 지시를 주어야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해보는 과정에서, 에이전트와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새로운 워크플로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브라우저에서 직접 구동되는 가벼운 AI, 새로운 가능성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AI 모델 자체의 효율성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Gemma 4 E2B 모델을 활용하여 텍스트 프롬프트로 Excalidraw 다이어그램을 브라우저에서 직접 생성하는 데모는 또 다른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LLM이 약 50 토큰의 압축된 코드를 출력하여 약 5,000 토큰에 달하는 원본 Excalidraw JSON 대신 훨씬 가볍게 다이어그램을 만들어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3.1GB 크기의 모델이 WebGPU와 TurboQuant 알고리즘을 통해 30+ 토큰/초의 속도로 브라우저에서 직접 작동한다. TurboQuant 알고리즘은 KV 캐시를 약 2.4배 압축하여 더 긴 대화가 GPU 메모리에 적합하도록 한다. 이는 AI 모델이 단순히 거대한 데이터 센터의 자원을 소모하는 존재가 아니라, 개인의 디바이스 안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행기에서 Pixel 10 Pro로 E2B를 로컬에서 돌려 여행지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를 했다는 사용자의 경험처럼,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의 가능성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개발자라면 WebGPU와 WASM(WebAssembly) 기술을 활용하여 이러한 온디바이스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방향을 탐색해보는 것이 좋다. 클라우드 기반 LLM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 개인 정보 보호, 지연 시간 단축, 비용 절감 등 여러 이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AI 기능을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라면, 이러한 효율적인 로컬 모델의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클로드 디자인 쇼크, 직무의 본질을 묻다
AI 에이전트의 독립적인 작업 능력과 온디바이스 AI의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흐름은 결국 '인간의 직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디자인' 발표는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충격적인 답변 중 하나다. 말로 디자인을 지시하면 알아서 만들어주고 수정까지 해주는 이 도구는 디자인 전문 지식이 없는 누구라도 디자인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발표 당일 피그마 주가가 최대 7.7% 하락한 것은 단순히 한 기업의 실적 문제가 아니라, AI가 인간의 전문 직무를 대체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앤트로픽 CPO가 피그마 이사회 이사직을 발표 직전에 사임했다는 이야기는, 이 변화가 얼마나 구조적이고 불가피한 것인지를 웅변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와, 이것도 돼?'라는 긍정적 놀라움을 주었다면, 클로드 디자인과 같은 AI 도구는 '와, 이것도 돼?'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던진다. 이제 사람들은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역할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다. 창의성이나 전략적 사고와 같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 더욱 중요해지는 동시에, AI를 도구 삼아 더 높은 차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직무가 AI에 의해 어떻게 변화할지, 그리고 자신은 이 변화 속에서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디자인 분야에 있다면, 클로드 디자인 같은 도구를 직접 사용해보고, AI에게 어떤 프롬프트와 지시를 주어야 가장 최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디자인을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AI에게 디자인을 잘 시키는 것'이 중요한 역량이 된다.
병목은 이제 사람에게 있다
Codex가 커서 분리로 동시 사용의 물리적 제약을 제거하고, API 없는 앱까지 자동화 범위에 넣었으며, Skill 생성이 반복 작업의 진입 비용을 없앴다. Gemma 같은 온디바이스 AI는 더 가볍고 빠르게 AI를 개인 디바이스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클로드 디자인은 전문 영역마저 AI의 손에 넘겨준다.
이 모든 변화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지금까지 업무 단위는 "사람 1명 + 에이전트 여러 개, 하지만 같은 화면에서 작업 1개"였다면, 이제는 "사람 1명 + 에이전트 여러 개, 각각 다른 화면에서 독립적으로 작업 여러 개"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에이전트가 5개 앱에서 일하는 동안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커서로 계속 일할 수 있다.
이제 병목은 도구의 성능이 아니다. 에이전트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사람이 얼마나 빨리 검토하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시를 내리며, 얼마나 전략적으로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우리는 '슈퍼 휴먼'이 탄생하는 기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AI 시대의 가장 큰 과제는 AI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AI와 함께 일하는 인간의 역량을 재정의하고 확장하는 데 있을 것이다.
참고
- 이정민. "코덱스: 커서 전쟁 종결! AI 동시 작업 시대 개막." LinkedIn, 2026년 4월 19일.
- teamchong. "Show HN: Prompt-to-Excalidraw demo with Gemma 4 E2B in the browser (3.1GB)." Hacker News, 2026년 4월 19일.
- 비즈카페. "클로드 디자인 쇼크, 디자이너 위기 시대 도래." LinkedIn, 2026년 4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