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봤어? 재밌는 거 있어서—"
엔비디아가 자기네 연봉 50만 달러 받는 엔지니어가 토큰 5,000달러 쓰고 있으면 바로 해고한다는 기사를 읽다가 멈칫했다. 솔직히 좀 의외였다. 보통 회사들은 비용 절감을 외치는데, 여기는 정반대 이야기를 했다. 최고 인재라면 엄청난 자원을 써서 초인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거다. 엔비디아가 추구하는 사업 기준도 파격적이었다. '미칠 듯이 어렵고, 아무도 해본 적 없으며, 엔비디아만 할 수 있고, 고통까지 따르는 일'에 뛰어든다. 쉬운 일에는 경쟁자가 너무 많다는 논리다. 꽤 설득력 있었다.
동시에, 한국 빌더들의 열정적인 이야기도 봤다. 정구봉 님 링크드인 글에 따르면, 한국 빌더들은 "2시간만에 50k star"를 받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빌더들임을 증명했단다. 그런데 이들이 돈 때문에 바닥에서 자거나, 공항 갈 때까지 숙소를 못 정하는 현실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같은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인데, 처한 환경은 너무나 달랐다. 이 대조적인 모습이 오늘의 핵심이다.
AI 시대, 개발자에게 '토큰 무제한' 카드를 쥐여주다
엔비디아의 전략을 보면, 이들이 AI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들은 링크드인 비즈카페 게시물에서 "고액 연봉 엔지니어는 토큰을 무제한으로 써야 함"이라고 못 박았다. 토큰 값을 아끼는 건 도구를 활용할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본다. 이들이 AI 모델에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개발자들을 얼마나 중요한 존재로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일종의 '무한 자유 이용권'인 셈이다.
이런 파격적인 접근 뒤에는 AI 기술이 이제껏 불가능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구조적 확신이 있다. 엔비디아는 이전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미칠 듯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문제에 집중한다. 그런 문제일수록 경쟁자가 적고, 엔비디아만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자원을 아낌없이 투입하는 방식이다. 인재의 초인적인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AI가 우리의 일을 전부 빼앗아갈까? 엔비디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술 발전이 "더 많은 일"을 만들어낼 거라고 단언했다. 심지어 "컴퓨터 비전이 방사선과 업무를 장악했지만, 실제 의사 수는 오히려 늘어났음"이라는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었다. 스캔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면서 환자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술은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할 뿐, '진단과 치료' 같은 일의 본질적인 목적은 더욱 강화되고 확장된다는 것이었다. 이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가 단순 코딩을 대체해도, 문제 정의나 아키텍처 설계 같은 본질적인 역할은 오히려 커진다는 뜻이다. 3년에서 5년 안에 피지컬 AI와 로봇 공학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로봇의 뇌 역할을 할 핵심 AI 기술이 완성되었으니, 제품화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이런 미래에는 AI 도구를 '무제한으로' 써서 본질적인 문제에만 집중하는 개발자가 핵심이 될 것 같다.
K-빌더, 미친 속도로 달리지만 허기진다
엔비디아가 '토큰 무제한' 카드를 쥐여주는 동안, 한국의 빌더들은 맨몸으로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 정구봉 님의 글을 보면, Sigrid Jin 님은 Claude Code를 새로 만들어 "조만간 100k star는 거뜬할 것"이라고 했다. OpenClaw와 Oh My Codex를 100%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전세계에 이례없는 진보"라고 불릴 만했다. OmOcon과 Ralphthon 같은 해커톤에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며 네트워킹을 통해 사람들이 더 모이는 특이한 구조까지 만들어냈다. 열기가 대단했다. 이런 미친 속도와 혁신은 한국의 극심한 경쟁 문화에서 파생된 독특한 강점일 거다.
그런데 이런 놀라운 성과 뒤에는 '경제적 장벽'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떤 빌더는 숙소 바닥에서 자고, 호텔 소파에서 자다가 쫓겨나기도 했단다. 먹을 것을 아끼는 건 당연한 일상이었고, 심지어 공항에 갈 때까지 숙소를 못 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스포트라이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투자였다. SF로 올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은 일이었다. 대부분은 경제적, 심리적 장벽 때문에 엄두조차 못 낸다. 솔직히 이건 좀 걱정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동시에 희망도 보였다. 'K-pop처럼 세계로 갈 수 있다'는 비전이다. Ralphthon이 런던, 베를린, 뉴욕, 도쿄, 싱가폴, 상하이, 하와이 등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단다. 빅테크 기업들조차 Ralphthon 크레딧을 사용하고 싶어 했다는 건 정말 흥미로웠다. 한국이라는 좁은 나라에서 파생된 '극도의 경쟁'과 '독특한 문화'가 세계 무대에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였다. 우리가 AI 씬에서 '새로운 layer 하나를 독점'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까지 보였다. 미래가 밝아 보였다. 하지만 역시 '투자가 절실하다'는 이야기가 따라붙었다. "어떤 산업도 선제적인 투자 없이 성장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빌더가 어려운 환경을 뚫고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는 승자가 될지, 아니면 잠재력을 다 펼치지 못하고 좌절하는 패자가 될지 알 수 없다.
결국 오늘의 이야기는 '미래를 만드는 자들'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자율성과 무제한 자원을 바탕으로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라고 부추긴다. 다른 한쪽에서는 '초인적 노력'을 기울여 미친 속도로 달리지만, 기본적인 생활마저 위협받는 현실에 놓여 있다. 엔비디아가 말하는 피지컬 AI와 로봇 공학의 시대는 곧 온다는데, 우리 한국 빌더들이 그 시대의 주역이 되려면 무엇이 먼저 해결되어야 할까? 우리가 만드는 게 도구인지, 아니면 그저 도구처럼 소모되는 존재인지,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